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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속은 복잡한데 겉은 덤덤한 사람들의 마음속 이야기

by idea3092 2025. 3. 25.

1. 겉과 속이 다른 사람, 정말 무심한 걸까?

일상에서 보면, 힘든 상황이나 감정적인 순간에도 아무렇지 않은 듯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가 봐도 마음이 복잡해 보이는데, 그들은 “괜찮아”, “별일 아니야”라고 말하며 자신의 속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않지요. 이런 사람들을 볼 때 우리는 종종 "무심한 성격인가 보다" 또는 "감정이 없는 것 아닐까?"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겉은 담담하지만 속은 복잡한 이들은,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해서가 아니라, 너무 깊이 느끼기 때문에 표현을 조심스러워하는 사람들일 수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사람들을 감정 억제형 정서 처리 성향 또는 내면화형 성향을 가진 이들로 설명합니다. 이들은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안으로 삼키고 스스로 정리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특히 어릴 때부터 감정을 표현했을 때 주변으로부터 부정적인 반응을 받았던 경험이 반복된 사람은, "내 감정을 말하면 불편해진다"는 인식을 갖게 되어 감정 표현 자체를 피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슬퍼서 울었을 때 “그깟 일로 왜 울어?”라는 말을 들은 경험이 누적되면, 울고 싶은 감정이 올라와도 이를 억누르고 무표정한 얼굴로 감정을 감추는 습관이 생기는 것입니다.

또한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잘 알아차리더라도, 그것을 타인에게 전하는 데 어려움을 느낍니다. “내가 이 감정을 표현하면 상대가 어떻게 반응할까?”, “내가 약해 보이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에, 표현을 하기보다는 침묵을 선택합니다. 그래서 외부에서는 담담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복잡하고 깊은 감정의 층이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2. 감정을 말하지 않는 마음속 이유들

감정을 잘 드러내지 못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인해 감정 표현을 망설입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감정을 표현하면 나약해 보일 것이라는 인식입니다. 사회적으로 ‘감정을 잘 조절하는 사람 = 성숙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이들은 감정을 보이지 않음으로써 스스로를 더 단단하게 보이도록 만들려고 합니다. 특히 책임감이 강하거나 타인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사람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두 번째로는,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생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를 잘 파악하지 못하거나, 적절한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알렉시타이미아(Alexithymia)라고 합니다. 이는 단순한 말재주 부족이 아니라, 감정과 언어 사이의 연결 통로가 잘 작동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이들은 마음속에 복잡한 감정이 있어도 그 감정을 구체화하거나 타인에게 전하기 어려워, “그냥 좀 그래”라며 흐릿한 반응만 보이게 됩니다.

세 번째 이유는, 감정 표현이 관계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기 때문입니다.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이 때로는 갈등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에, 차라리 감정을 숨기고 관계를 유지하려는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 화났다고 하면 분위기가 어색해지지 않을까?”, “서운하다고 말하면 상대가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같은 걱정이 쌓이면, 결국 표현보다는 침묵이 더 안전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결국 이들은 감정을 숨기려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지키고 싶어 하기 때문에 표현을 멈춘 것일 수 있습니다.

3. 감정을 억누를수록 생기는 보이지 않는 부작용

감정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감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억누른 감정은 몸과 마음에 다양한 방식으로 흔적을 남기게 됩니다. 예를 들어 억눌린 분노나 슬픔은 두통, 소화불량, 만성 피로 같은 신체 증상으로 드러나기도 하며, 이는 심리학에서 신체화(somatization) 현상으로 설명됩니다. 감정이 언어화되지 못하고 몸을 통해 표현되는 것이죠.

뿐만 아니라, 감정 표현이 부족하면 관계 속에서도 오해가 반복될 수 있습니다. 속으로는 서운하고 속상해도 겉으로는 웃으며 괜찮다고 말하니, 상대는 진심을 알 수 없고, 결국 “별일 아니었나 보다”라며 상황을 지나치게 됩니다. 이런 반복은 감정적 거리감을 만들고, 결국 "내 감정은 중요하지 않다"는 인식을 강화하게 되며, 자기 존중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감정을 억누르는 습관은 스스로의 감정에 대한 민감성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감정을 표현하지 않다 보면 점점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는 능력도 희미해지고, “나는 원래 무덤덤한 사람이야”라고 스스로를 규정하게 됩니다. 이는 감정을 잘 조절하는 상태와는 다릅니다. 조절이란 감정을 인식하고 적절히 표현하는 능력인데, 억제는 감정을 아예 밀어내거나 외면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속은 복잡한데 겉은 덤덤한 사람들의 마음속 이야기

4. 감정을 표현하는 데도 연습이 필요하다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도,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방법이 익숙하지 않을 뿐입니다. 감정 표현은 타고나는 능력이 아니라, 연습을 통해 충분히 익힐 수 있는 기술입니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자기 감정을 스스로 알아차리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나는 지금 기분이 어떤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느낄까?”를 자문해보는 습관은 감정 표현의 기반을 마련해줍니다.

말로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면 글을 써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일기, 감정 노트, 혹은 휴대폰 메모장에 간단하게나마 감정을 기록해보는 것이 시작입니다. 또한, 감정에 이름을 붙여보는 연습도 도움이 됩니다. ‘답답하다’, ‘불안하다’, ‘섭섭하다’와 같이 감정을 구체적인 언어로 구분해볼 수 있다면, 표현의 장벽이 훨씬 낮아집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을 드러낸다고 해서 무조건 갈등이 생기거나 나약해 보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오히려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과의 관계도, 타인과의 관계도 더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사람입니다. 겉은 담담하지만 속은 복잡한 당신. 이제는 마음속 이야기를 조금씩 꺼내어도 괜찮습니다. 그 진심이 누군가에게는 큰 공감과 위로로 다가올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