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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거짓말하는 아이, 나쁜 아이일까? 부모의 현명한 대처법

by idea3092 2025. 3. 28.

 

아이의 거짓말에 흔들리는 부모의 마음

“거짓말은 나쁜 거야.”
어릴 적부터 들어온 말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부모가 아이의 거짓말을 처음 마주했을 때 느끼는 충격은 단순한 실망을 넘어서, 아이에 대한 신뢰마저 흔들리게 만듭니다.
“왜 그랬을까?”보다는 “내가 뭘 잘못 키운 걸까?”라는 자책으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어떤 부모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이가 거짓말을 자주 해요. 앞으로 어른이 되면 더 큰 문제를 일으키는 건 아닐까 걱정돼요.”

하지만 아이의 거짓말은 단순히 '나쁜 행동'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다양한 맥락과 감정을 품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아이가 왜 거짓말을 하는지, 그리고 그런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반응해야 하는지를 심리학적으로 풀어보겠습니다. 거짓말은 도덕성의 결핍이 아니라, 성장 과정의 일부일 수 있습니다.


1. 아이의 거짓말, 정말 문제 행동일까?

1-1. 거짓말은 발달의 일부입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놓치기 쉬운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아이의 거짓말은 인지 발달의 한 지표라는 것입니다. 아동 심리학자 장 피아제(Jean Piaget)는 어린 아이들이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는 능력을 점차 발달시킨다고 보았습니다. 실제로 만 3세 전후의 아이들은 자신의 상상과 현실을 분리하는 능력이 미숙하기 때문에, 이야기 속 등장인물이나 공상의 내용을 실제처럼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시기의 거짓말은 의도적인 ‘속임’이라기보다는, 언어와 사고가 확장되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표현 방식에 가깝습니다. 만 4~6세 이후부터는 상황에 따라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거나, 혼나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나타납니다. 이 역시 ‘타인의 관점을 고려하는 능력’ 즉, 마음 이론(The Theory of Mind)이 발달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가 거짓말을 한다고 해서 그 자체로 도덕성이 결여되었다고 판단하기보다는, 지금 어떤 발달 단계에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2. 아이가 거짓말을 하는 심리적 이유

2-1. 처벌에 대한 두려움

가장 흔한 이유 중 하나는 ‘혼날까 봐’ 거짓말을 하는 경우입니다. 이것은 곧 아이가 자신의 행동보다 부모의 감정 반응에 더 큰 영향을 받았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실수 그 자체보다, 부모가 실망하거나 화낼까봐 무서운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는 아이가 실수를 숨기고 방어적인 태도를 배우게 됩니다. 결국, ‘정직한 소통’보다 ‘갈등 회피’를 학습하게 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2-2. 관심을 받고 싶은 욕구

일부 아이들은 상상 속 이야기를 지어내거나 과장된 말을 하며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아빠는 비행기 조종사야!” 같은 말은 현실과 다르더라도, 자신을 더 멋지게 보이고 싶다는 욕구에서 비롯됩니다.

이는 자존감이 낮거나, 주변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할 때 흔히 나타나는 양상입니다. 이 경우 단순히 거짓말을 나무라기보다, 아이가 어떤 욕구를 채우지 못하고 있는지를 들여다보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2-3. 감정 조절 능력의 부족

아이들은 여전히 자기감정을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에 대해 배우는 중입니다. 때로는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라는 말 속에,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싶은 본능적인 자기방어가 숨어 있기도 합니다. 어른들도 실수를 인정하기 어려울 때가 있듯이, 아이 역시 감정적으로 위협을 느끼면 진실을 숨기려는 본능이 발동합니다.

거짓말하는 아이, 나쁜 아이일까? 부모의 현명한 대처법

3. 부모가 흔히 하는 잘못된 반응

3-1. “넌 왜 맨날 거짓말이야?” 단정 짓는 말

거짓말을 반복해서 듣다 보면 부모는 “넌 원래 그런 애야”라는 말로 아이를 정의내리게 됩니다. 하지만 아이의 정체성은 부모의 말에서 만들어집니다. ‘거짓말쟁이’라는 꼬리표는 아이의 행동을 바꾸기보다 그 행동을 고착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3-2. 즉각적인 꾸중과 감정적 반응

거짓말을 들었을 때 놀라거나 실망해서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아이는 부모의 얼굴 표정과 목소리 톤을 매우 민감하게 인식합니다. 큰 소리로 다그치거나 실망감을 과하게 표현할 경우, 아이에게 정직하게 말할 ‘심리적 안전감’을 주지 못합니다.

3-3. 사실 확인에만 집중하는 태도

“누가 그랬어?”, “사실대로 말해.”와 같이 진실을 밝히는 데만 집중하면, 아이는 ‘무조건 들키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만 하게 됩니다. 이 경우 아이는 행동의 결과보다는 벌을 피하는 방법만 배우게 됩니다.

4. 심리학이 제안하는 현명한 대처법

4-1. “왜?”보다 “그랬구나”로 시작하기

아이가 거짓말을 했을 때, 바로 동기를 캐묻기보다 아이의 입장을 먼저 공감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예: “안 했다고 말했구나. 혹시 혼날까봐 무서웠어?”
이런 말은 아이에게 ‘내 마음을 이해하려는 어른이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며, 진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신뢰를 쌓는 데 도움을 줍니다.

4-2. 정직한 말의 긍정적 결과를 알려주기

거짓말을 했다고 다그치기보다는, 정직하게 말한 경험에 대해 긍정적인 강화를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예: “네가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 그 용기가 정말 멋지다.”
이런 말은 아이가 정직함을 ‘자신의 가치’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데 효과적입니다.

4-3. 아이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 만들기

거짓말을 한 뒤 단순히 혼나는 경험만 반복되면, 아이는 부모에게 솔직해지는 것을 두려워하게 됩니다. 그보다는 “그럼 다음엔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는 질문을 던져, 아이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협력자가 되어 주세요. 이러한 경험은 아이가 책임감을 갖고 실수를 대하는 힘을 길러줍니다.

4-4. 부모의 감정도 솔직하게 표현하기

부모도 감정을 숨기기보다 진심을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 “사실 엄마는 네가 그렇게 말했을 때 마음이 좀 놀랐어. 하지만 너를 믿고 싶어.”
이런 대화는 감정적으로 건강한 모델을 아이에게 보여주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아이의 거짓말을 이해하는 것은 아이의 내면을 이해하는 일

아이의 거짓말은 ‘불안’, ‘두려움’, ‘인정받고 싶은 욕구’ 등 다양한 감정의 결과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거짓말을 ‘사실을 감추는 행위’로만 보지만, 사실은 자기 자신을 보호하고 싶은 본능적 표현일지도 모릅니다. 거짓말은 절대 그냥 넘어가도 안 되고, 그렇다고 무조건 혼내서도 안 됩니다. 중요한 건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태도, 그리고 정직함이 안전하고 따뜻한 선택이라는 경험을 심어주는 일입니다.

거짓말하는 아이가 나쁜 아이인 것은 아닙니다. 그저, 지금 조금 서툴게 자신을 표현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 서툰 표현 뒤에 숨은 마음을 들여다보려는 당신의 노력, 그것이 아이의 정직함과 신뢰를 키우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