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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잘못은 절대 내 탓이 아니다? 남 탓하는 사람의 내면 들여다보기

by idea3092 2025. 3. 23.

남 탓은 습관일까, 방어기제일까?

어떤 일이 잘못되었을 때, 누군가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반면, 또 어떤 사람은 어김없이 타인을 탓하며 자신을 방어하려 듭니다. 이처럼 책임을 회피하고 주변 사람이나 상황을 탓하는 행동은 단순히 나쁜 성격이나 버릇 때문이 아니라, 심리적인 방어 메커니즘일 수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행동을 ‘자기 보호적 편향(Self-serving bias)’ 또는 ‘외부 귀인(external attribution)’이라고 설명합니다. 쉽게 말해, 자신이 겪은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외부로 돌려서 스스로의 자존감과 정체성을 지키려는 심리적 방어 전략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시험을 망친 이유를 “문제가 이상했어” 또는 “교수가 불친절해서”라고 말하며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하지 않는 행동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런 반응은 무의식적으로 자동화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인조차도 자신이 남 탓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진심으로 "내 잘못이 아니었다"라고 믿고 있는 경우도 많죠. 결국 이런 사람들은 실수의 책임을 회피함으로써 자신의 이미지, 자존감, 정체성의 손상을 막으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방어기제가 반복되면 현실 인식이 왜곡되고, 자기 성장의 기회를 놓치게 되며,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지속적으로 마찰이 생기게 됩니다.

잘못은 절대 내 탓이 아니다? 남 탓하는 사람의 내면 들여다보기

 

자존감이 낮을수록 남 탓을 많이 한다?

남 탓을 자주 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 중 하나는 불안정한 자존감입니다. 겉으로는 자신감 있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작은 비난이나 실패에도 크게 동요하며, 내면은 쉽게 무너질 수 있는 상태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실수를 곧 ‘존재의 위협’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실수나 문제 상황에서 자신을 방어할 방법으로 탓하기를 선택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회의 중 본인의 준비 부족으로 안건이 잘 전달되지 않았을 때, “시간이 부족해서 제대로 못했어요” 혹은 “팀원이 제 역할을 못해서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말속에는 실제로 다른 요인이 작용했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 더 깊은 차원에서는 "내 잘못이 아니야"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려는 무의식이 작동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자기 보호적 태도는 단기적으로는 마음을 지켜주는 기능을 하지만, 반복될수록 책임감 결여, 자기반성 부족, 대인관계 갈등 등 장기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변화시킬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낳게 되죠.

흥미로운 점은, 자존감이 안정된 사람일수록 자신의 실수를 상대적으로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남 탓을 하지 않는 경향이 높다는 사실입니다. 실패를 자신에 대한 총체적 평가로 연결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성장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는 것이죠.

 

남 탓은 관계에서도 신뢰를 무너뜨린다

계속해서 남을 탓하는 사람과 함께 일하거나 지내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신뢰가 흔들립니다. 실수했을 때 “내가 잘못했어”라는 말 한마디보다, “그건 네가 말 안 해줘서 그런 거야”라는 식의 반응이 계속된다면, 결국 주변 사람들은 그와 진정성 있는 소통을 이어가기 어렵게 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행동이 ‘책임 전가(responsibility shifting)’라고 설명됩니다. 본인이 감당해야 할 책임이나 감정을 타인에게 넘김으로써 심리적 짐을 덜려는 행동이지만, 상대방에게는 부당한 죄책감과 부담을 안기게 되는 이중 효과를 불러옵니다.

또한 반복되는 남 탓은 상대의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을 저하시킬 수 있습니다. 예컨대 부모가 자녀에게 "네가 그때 말만 잘했으면 안 싸웠을 텐데"라고 반복해서 말한다면, 아이는 자신이 원래 문제의 원인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갖게 되고, 결국 자기 신뢰를 잃게 될 수 있습니다.

결국 남 탓은 타인을 비난하는 행동을 넘어서, 관계 전체에 불신과 위축감을 퍼뜨리는 결과를 낳습니다.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 솔직한 피드백이나 감정 표현은 점점 어려워지고, 결국 겉은 멀쩡하지만 속은 멀어진 관계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죠.

 

남 탓하는 습관을 바꾸기 위해 필요한 태도

남 탓을 자주 하는 사람에게 “왜 그렇게 남 탓만 해?”라고 직접 말하는 것은 오히려 방어 반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자신의 반응을 돌아볼 수 있도록 돕는 ‘심리적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스스로가 인식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불리한 상황에서 항상 타인을 먼저 떠올리고 있진 않은지, 변명을 하기 전에 자신의 책임을 성찰해보고 있는지를 조용히 들여다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또한 남 탓이 습관화된 사람들은 실수를 실패로, 실패를 무가치함으로 연결하는 사고 패턴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실수를 ‘정보’로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즉, “이건 내가 부족했구나”가 아니라, “이 경험으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라는 방향으로 사고의 전환이 일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남 탓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감정을 책임지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외부 요인 탓으로 감정을 넘기기보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은 무엇이고, 왜 이런 반응을 했을까?”를 묻는 것이 시작입니다.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은 타인에게 책임을 돌릴 필요가 줄어들고, 점점 더 자기 자신을 신뢰하게 됩니다.

 

남 탓은 자기 방어의 언어일 수 있다

남 탓을 하는 사람들은 겉으로는 강한 척 보이지만, 그 속에는 실수나 비난을 견디기 어려운 예민하고 상처받기 쉬운 자아가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을 비난하기보다, 왜 그런 반응을 하게 되었는지, 어떤 감정을 방어하려고 했는지를 함께 들여다보는 시선이 필요합니다.

반대로, 우리가 그들과 함께 지낼 때에는 건강한 경계와 솔직한 피드백을 통해 상대가 자기 행동을 성찰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때로는 직면이 불편할 수 있지만, 그 과정을 통해 진짜 소통이 가능해지고, 서로의 관계가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습니다.

누구나 방어적일 수 있고, 실수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실수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디에 책임을 두느냐는 우리의 선택이라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