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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왜 항상 늦는 걸까? 지각을 반복하는 사람들의 심리

by idea3092 2025. 3. 23.

지각은 단순한 시간 관리 문제가 아니다

지각을 반복하는 사람들은 종종 주변 사람들에게 "왜 또 늦었어?", "시간 약속 좀 지켜"라는 말을 듣곤 합니다. 그리고 본인도 "이번엔 꼭 제시간에 가야지"라고 다짐하지만, 어느새 또 늦고 맙니다. 이렇게 반복되는 지각은 과연 단순히 게으르거나 시간 감각이 부족해서일까요?

심리학적으로 보면, 지각은 단순한 습관이나 시간 관리 능력의 부족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 이면에는 자기 인식, 감정 조절, 타인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무의식적인 긴장감 등이 함께 작용하고 있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일정 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데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주의력 결핍이나 계획 실행력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일정을 세우는 데에는 능숙하지만,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반복적인 실패를 경험하게 됩니다. 이는 흔히 ‘실행 기능(executive function)’의 문제로도 연결됩니다.

또한, 지각이 잦은 사람들은 종종 자신이 얼마나 시간이 부족한지를 잘못 판단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10분이면 되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준비에 30분이 걸리고, 교통 상황까지 고려하지 않다 보니 결국 또 늦게 됩니다. 이런 시간 추정 오류(time estimation bias) 는 반복될수록 자신에 대한 신뢰를 낮추고, 또 다른 감정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왜 항상 늦는 걸까? 지각을 반복하는 사람들의 심리

 

지각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들

지각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행동일 수도 있다는 사실은 다소 낯설게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심리학에서는 반복되는 지각이 때때로 ‘말 없는 의사 표현’의 한 방식으로 나타난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상대방에 대한 저항이나 반감을 직접 표현하지 못하고, 대신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무언의 불편함을 드러냅니다. 특히 상사나 권위적인 인물과의 약속일수록 지각을 통해 “나는 당신의 룰에 완전히 따르고 싶진 않다”는 식의 반항적 태도를 내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수동적 공격(passive aggression) 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또 다른 예는 자기 중요성 과시와 관련될 수 있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내가 늦어도 괜찮을 만큼 중요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스스로에게 주기 위해 지각을 반복합니다. 이런 경우 지각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자존감 유지 전략의 일환일 수 있으며, 타인보다 우위에 있고 싶어 하는 심리에서 비롯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심리는 모두 무의식적인 수준에서 작용합니다. 겉으로는 “버스가 늦었어”, “생각보다 일이 길어졌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더 깊은 감정적 동기와 관련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조절과 감정 회피가 뒤얽힌 행동 패턴

지각을 자주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자기조절(self-regulation) 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자기조절이란, 계획한 바를 실행하고 그 과정에서 감정과 행동을 조율하는 능력을 말하는데요, 이 능력이 약하면 스스로 만든 계획조차 지키기 힘들어집니다.

예를 들어, “아침 7시에 일어나서 9시까지 출근 준비를 마치자”라고 생각해도, 막상 눈을 뜨면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이유는 단순한 의지력 부족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불편한 감정(피곤함, 무기력함 등)을 회피하려는 무의식적 선택 때문입니다. 우리는 즉각적인 편안함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계획은 자주 무너지고, 결과적으로 지각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또한 일부 사람들은 지각 자체가 불안 회피 전략이 되기도 합니다. 일찍 도착하면 혼자 기다려야 하거나, 어색한 상황을 견뎌야 할까 봐 일부러 천천히 움직이는 것입니다. 사회적 불안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이런 패턴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결국 이들은 늦는 게 문제라는 걸 알면서도, 그보다 더 견디기 힘든 감정을 피하기 위해 지각이라는 행동을 반복하게 됩니다.

이처럼 지각은 ‘못 고치는 습관’이 아니라, 감정 조절 실패와 회피 전략이 얽힌 심리적 패턴일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나무랄 일이 아닌, 이해와 성찰이 필요한 문제입니다.

 

지각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심리적 접근

지각 문제를 해결하려면 단순히 “더 일찍 일어나야지” 혹은 “시간 계산을 잘해야지” 하는 수준의 해결책으로는 부족합니다. 중요한 건, 그 사람이 왜 시간을 지키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지, 그 이면에 어떤 감정과 사고가 작용하는지를 이해하고 조율하는 것입니다.

우선, 자신이 왜 자주 늦는지를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정 시간대에 반복적으로 지각한다면, 그 시간대에 어떤 감정이 드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를 기록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단순히 물리적인 준비 문제인지, 감정적으로 회피하고 싶은 상황이 있었는지를 구분해야 보다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각이 반복되는 사람일수록, 시간에 대한 자기 신뢰가 낮아져 있습니다. “나는 어차피 또 늦을 거야”라는 자기 이미지가 굳어져 있기 때문에, 이 이미지를 조금씩 바꾸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아주 사소한 약속부터 시간을 지켜보는 연습을 시작하고, 그 성공 경험을 꾸준히 쌓아가야 합니다. 이를 통해 ‘나는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기 인식이 형성되면, 지각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또한, 감정적으로 어렵거나 피하고 싶은 약속에는 미리 자신에게 충분한 여유 시간을 주고, 약속 장소의 분위기나 만나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감정도 함께 점검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때로는 단순한 시간 문제가 아니라, 그 자리에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지각이라는 형태로 드러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각은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일 수 있다

지각은 단순히 시계를 보지 않아서, 게으르거나 덜렁대서 생기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 이면에는 자기조절의 어려움, 감정 회피, 타인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부담, 무의식적인 메시지 전달 같은 다층적인 심리적 요소가 숨어 있습니다.

지각을 반복하는 자신을 자책하기보다는, “나는 왜 이 자리에 늦고 싶었을까?”, “내가 시간을 잘 못 지키는 이유엔 어떤 감정이 있었을까?” 하고 묻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그래야만 진짜 문제를 바라볼 수 있고, 조금씩 달라질 수 있는 힘도 생깁니다.

시간을 지킨다는 것은 결국 내 감정과 선택을 스스로 책임지는 일입니다. 오늘 하루, 약속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보는 작은 시도부터, 변화는 시작될 수 있습니다.